▲ 국제 무역뿐만 아니라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도 위안화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출처= 123RF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안화가 조만간 미국 달러화의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겠지만 위안화가 국제 무역뿐만 아니라 세계 외환 보유고에서도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CNBC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달러가 최근 몇 주 동안 급격히 약세를 보이면서 세계 외환보유액으로서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견해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달러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며 이 같은 견해를 일축한다. 유로화와 위안화가 달러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두 통화 모두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약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위안화가 점차 부각될 것이며, 실제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증가로 인해 위안화의 세계 사용량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의 본토벨 자산운용(Vontobel Asset Management)의 스벤 슈베르트 투자전략가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전쟁이 격화되고 있고,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의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어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의 위상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국제화 추진으로 위안화 위상 박차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중국과 미국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기술계와 금융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이것이 중국 정부로 하여금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움직임을 촉발했다"고 말했다.

DBS에 따르면, 위안화는 현재 국제 결제에서 6번째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통화이며, 현재 중국 무역의 약 20%가 위안화로 결제되고 있다.

게다가 동남아국가연합(ASEAN) 10개국들에 대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되면서, 이들 국가와의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의 사용을 늘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의 비중도 2016년 1%에서 현재 2%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 출처= IMF    그래프= CNBC

일대일로도 한 몫

본토벨의 슈베르트 전략가는 "중국이 대규모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것도 위안화가 더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중국에서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까지 이어지는 철도, 도로, 해상 노선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유라시아 지역과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고 있는데, 이는 위안화가 점점 더 글로벌 무역 계약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러시아와도 협력하고 있다.

러시아 은행이 최근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의 비중을 2018년 2% 대에서 2019년에 14% 이상으로 늘렸다. 같은 기간 미 달러화 비중은30% 안팎에서 9.7%로 줄었다.

중러 동맹으로 양국간 무역 결제에서 달러화 결제 비중은 2020년 1분기에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 5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 간 무역 결제에서 달러화 비중은 90%에서 46%로 떨어졌습니다."

슈베르트 전략가는 "위안화는 그것이 차지하고 있는 경제적 중요성과 비교해 현재 과소 평가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교역량은 세계 무역의 약 12%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 계약의 약 50%가 여전히 미 달러화로 결제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중국지부장을 지낸 코넬대 무역학과의 에스워 프라사드 교수는, 금융 분야를 개방하고 자국 주식 및 채권 시장을 국제 지수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노력도 위안화의 위상을 점진적으로 높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본토 지수로 거래되는 중국 A주는 MSCI 글로벌 및 지역 지수에 포함되었고, 채권 시장도 전체가 위안화로 거래되는 블룸버그 바클레이즈(Bloomberg Barclays) 지수에 포함되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자산의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위안화로 거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도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할 것이다.

게다가 중국은 새로운 디지털 화폐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또한 국제 결제 통화로서의 위안화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프라사드 교수는 지적했다.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위안화를 국제 통화로 부각시키는 것은 미중 디커플링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이 모든 진전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향후 몇 년 내에 세계 금융시장에서의 지배적 통화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의 규칙을 바꿀 기술 전쟁

슈베르트 전략가는 또 "경제적 중요성만이 통화 지배력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면서 "기술 패권을 위한 싸움도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나 파리협정 같은 주요 국제기구와 조약에서 탈퇴하면서 중국이 그 지정학적 빈 자리를 메워주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그것이 미국의 우위를 위협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정작 더 중요한 요인은 기술 전쟁입니다.”

그는 “디지털 패권이 군사적, 지정학적 지배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며 "기술 전쟁이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대기업 화웨이 제재에서부터 동영상 공유 앱 틱톡(Tiktok), 메시지 앱 위챗(WeChat)에 대한 행정명령에 이르기까지, 최근 중국 기술기업들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슈베르트 전략가는 이번 기술 전쟁이 인터넷 세상을 중국 중심의 세상과 미국 중심의 세상으로 분열시킨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중심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네트워크가 중국 기술과 더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 강력해 질 것입니다. 이것은 이 지역에서의 위안화 사용 논란에 더욱 불을 붙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