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임대차 3법이 국회에서 시행된 한 달여 만에 전세 매물이 사라지면서, 주요 지역의 전세 가격 급등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로 전환된 일부 소형 평수를 제외하면 대다수 지역의 전세 가격이 모두 상승세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7일 부동산 중개 앱 직방에 의하면, 임대차 3법 시행 전후 서울의 7월과 8월 전세 거래량은 각각 8827건과 5099건을 기록했다. 직방이 이 중 동일단지와 면적에서 양 월 모두 거래가 발생한 1596개의 사례를 뽑아 조사한 결과, 한 달 새 전세보증금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동구 명일동 삼익그린2차 전용면적 107㎡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전용면적의 7월 전세 가격은 6억5000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8억9500만원에 거래돼 한 달 만에 2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 서울 주요 단지 전세 거래현황. 출처=직방

송파구 잠실동 우성 아파트의 전용면적 131㎡ 역시 7월 7억5000만원에서 8월에는 9억8000만원으로 한달 사이 2억3000만원 가량 급등했다. 성동구의 금호동1가 벽산 전용114㎡도 7월 6억3000만원에서 8월에는 약 2억2000만원 가량 가격이 상승했다.

임차 수요가 높은 강남 역시 전세 가격 상승을 이어갔다. 강남구 대치동에서는 대치아이파크 전용 119㎡는 7월 전세가격은 18억원에서 지난달 19억5000만원으로 약 1억5000만원이 올랐다. 래미안 대치하이스턴 전용 110㎡ 역시 전세가격이 약 1억원 상승했다. 우성1차와 은마 아파트 역시 전용 85㎡가 각각 5000만원씩 올랐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서도 일대 역시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오른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마포구 중동의 울트라월드컵 전용 85㎡는 7월보다 약 1억3000만원 상승한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용산 왕궁아파트의 전용 102㎡ 역시 같은 기간 6억5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9000만원 올랐다.

'금관구'(금천·관악·구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지역 역시 전세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 관악파크 푸르지오 전용 85㎡는 7월 4억5000만원에 전셋값을 형성했지만 지난달에는 최고 6억원까지 올랐다. 노원구 상계동 비콘드림힐3 역시 같은 기간 85㎡ 전용면적이 3억5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이 상승했다.

한편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전세 대신 월세 전환이 증가한 단지의 경우, 전세 가격이 하락했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60㎡이하 소형면적은 다수의 매물들이 월세로 전환되면서 전세가격이 하락했다.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써밋, 반포자이 같은 전용면적 역시 한 달 새 각각 1억3000만원, 1억5000만원, 1억5800만원, 2억750만원 하락했다.

▲ 서초구 반포동 주요 단지 전세 거래현황. 출처=직방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전세시장은 단지별로 가격이 오르기도 하고 기존 전세매물이 월세로 바뀌기도 하며 법 개정 이후 과도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단지별로 소형면적 중심으로 월세거래가 발생하며 오히려 7월보다 8월 거래가격이 낮은 사례도 관측됐다. 7월과 8월 전세시장은 혼조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함 랩장은 이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시행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장에 전세매물이 희소하다는 점"이라며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등까지 더해져 임대인이 실거주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함 랩장은 또 "전세시장이 불안정 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시장의 이슈는 전세시장의 소멸과 월세시장의 도래"라며 "현재와 같은 대출 규제상황에서는 결국 전세라는 일종의 사금융제도를 통해 주택을 매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거주의 안정성측면과 부동산의 미래가치라는 투자자들의 시각을 감안하면 전세시장은 축소되더라도 소멸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