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소프트뱅크의 반도체 설계회사 암(Arm)이 젠슨 황 CEO가 이끄는 엔비디아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포스트(WSJ)은 1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 소프트뱅크가 엔비다아와 매각 협상을 하고 있으며 400억(약 47조5000억원)달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밝혔다.

이르면 내주 초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 수주일간 협상이 이어진 사실도 확인됐다.

▲ 출처=갈무리

암 나비효과
소프트뱅크는 4년 전 암을 243억파운드(약 35조원)을 주고 인수한 바 있다.

암은 반도체 칩 설계회사로 활동하면서 사물인터넷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실제로 암은 저전력 반도체 설계도와 명령어셋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혁명을 발판으로 삼아 크게 몸집을 불린 상태에서, 사물인터넷 시대의 초연결 생태계 인프라 구축에 가장 근접한 기업으로 평가됐다. 소프트뱅크는 이에 착안해 전격적으로 암을 품은 셈이다. 

문제는 암의 성장성이다. 사물인터넷 시장이 생각보다 커지지 않으며 암의 잠재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암의 중국 지사 지분율이 현지 정부에 절반 이상 넘어가며 매출 구조 자체가 휘청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 연장선에서 암의 중국 지부가 현지 정부의 묵인하에 사실상 모회사에서 잘려나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암 영국 본사는 중국법인의 CEO인 앨런 우를 해고하려고 했으나, 앨런 우는 이에 불복해 현재 독자적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중국인이 대부분인 현지법인 직원들도 앨런 우를 ‘옹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연장선에서 소프트뱅크의 자금난이 심각해졌다. 소프트뱅크는 암의 사물인터넷 사업부를 분리해 인수하며 유연한 대응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심각한 자금난이 발목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의기투합한 비전펀드의 실패, 특히 위워크 투자 실패가 결정타를 날렸다. 위워크는 한 때 공유 오피스의 신기원을 세우며 자사를 공유경제 기업으로 포장, 막대한 투자금을 빨아들였으나 창업자 애덤 뉴먼의 방만한 경영에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약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침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뱅크는 위워크와 법정공방까지 벌이는 등 고통을 겪는 중이다.

최근 투자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교통·물류 분야 기업은 코로나19에 따른 외출 자제로 큰 타격을 받았고, 비전펀드의 88개 투자처 중 무려 60%인 50개 기업의 가치가 하락하는 등 경고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소프트뱅크의 자금난은 최근 일정부분 해소되는 분위기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최악의 적자에 허덕이던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4월부터 6월까지 실적을 발표하며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 1조2557억엔(약 14조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기사회생했다는 설명이다. 전년 대비 11.9% 성장해 1월부터 3월까지 1조4381억엔(약 16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과거를 어느정도 털어냈다는 평가다. 그러나 암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가 어려울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교란종?
반도체 회사들의 두뇌며 근원지인 암이 누군가의 순간, 암을 통해 가동되던 기존 반도체 질서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많은 반도체의 설계도를 암이 제작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암이라는 '발원지'를 가져갈 경우 시장의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만약 소프트뱅크가 암을 매각할 경우 유력한 후보군으로는 AMD, , 인텔, 애플, 그리고 컨소시엄이 나설 것으로 봤다.

AMD는 자본력이 약해 일찌감치 인수 후보군에서 탈락했으나, 애플은 상당히 유력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WWDC 2020에서 새로운 iOS 버전을 공개하는 한편 인텔과의 결별을 선언한 상태에서, 애플은 자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자사의 입맛에 맞게 제작한다는 수직계열화 로드맵을 강하게 추진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인텔과 결별하고 암의 IP를 활용한 CPU, 즉 애플실리콘을 개발한다고 선언했다. 물론 애플이 공식적으로 암을 상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이 인텔과 결별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면서 암과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꾸려나갈 것이라 본다. 그 연장선에서 암 인수 가능성이 대두된 바 있다.

▲ 출처=갈무리

삼성전자 등 몇몇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암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암 인수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GPU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는 엔비디아는 최근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암 인수에 성공한다면, 엔비디아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두뇌'를 가져가는 최강의 인공지능 회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