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풍제약이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용 신약 '피라맥스'. 출처=신풍제약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주가수익비율(PER) 5863.64를 기록한 신풍제약(019170)의 앞날에 관심이 모인다. 신풍제약은 자체 개발 말라리아 치료용 신약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 기업은 2154억원 규모 자사주 처분을 통해 생산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비를 확보했다. 업계는 신풍제약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자사주 처분 등과 관련해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시 제약바이오 산업 신뢰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가 폭등, ‘피라맥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진행 영향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PER은 5863.64를 기록했다. 동종업종 PER은 110.37이다. 높은 PER은 대개 성장주로 구분된다. 기업이 미래에 더 많은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보고 투자자들이 높은 주가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한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면서 PER 1000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는 해당 기업이 내고 있는 수익을 1000년 동안 지속해야 PER이 1로 되는 것으로 보면 쉽다”면서 “성장 기업들은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PER 또한 빠르게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풍제약은 지난 2017년 매출 1849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각각 1873억원, 69억원을 나타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897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년 동안 78%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6억원 대비 상승했다.

이날 신풍제약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7% 하락한 19만3500원이다. 시간외거래에서는 9.82% 하락한 17만4500원을 기록했다. 신풍제약 주가는 올해 2600% 가량 폭등했다. 업계에서는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용 신약 ‘피라맥스’의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임상과 관련한 소식에 따른 주가 상승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등에 포함된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신풍제약은 지난 5월 13일 피라맥스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임상 2상을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았다. 해당 임상은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피라맥스정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기 위한 다기관, 무작위배정, 이중눈가림, 평행, 위약대조를 활용하는 연구다.

환자 모집 난항에도 임상 순항 중

식약처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해당 임상과 관련해 4개월째 환자를 모집을 하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이 오히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진행이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유경상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한국 상위 25개 제약사 중에서 52%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임상 진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임상에 참여할 환자 모집을 잠정 중단했거나 예정돼 있던 임상을 시작하지 못하는 등 연구를 지속하지 못하고 있다.

설문에 답한 글로벌 임상위탁기관(CRO)에 근무 중인 임상 프로젝트 관리자(CPM) 105명 중 43%도 코로나19 유행이 진행 중인 임상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임상이 어려워진 이유로는 코로나19 유행 후 병원 출입이 제한되면서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임상 모니터링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이 꼽힌다.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한국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임상은 코로나19 환자 250명을 대상으로 피라맥스와 4개 약물의 안전성 및 효능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는 피라맥스를 공동 개발한 스위스 비영리단체 스위스 MMV와 공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신풍제약 관계자는 “임상은 순항 중”이라면서 “환자 모집과 관련한 부분은 다른 제약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자사주 처분 통해 2154억원 확보…“업계 신뢰도 고려 필요”

신풍제약은 이날 자사주 128만9550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처분 가격은 16만7000원이다. 이는 이날 종가 19만3500원 대비 13.7% 할인된 가격이다. 매각가격을 기준으로 총 처분금액은 2154억원에 이른다. 처분 예정 주식은 자사주 중 25.8%를 차지한다.

매각일은 22일이다. 방식은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이다. 홍콩계 헤지펀드인 세간티(Segantii capital investment)가 처분 대상 자사주 중 절반 수준인 58만주를 매수할 예정이다. 신풍제약은 공시에서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개발과제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처분을 결정했다”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신풍제약이 자사주 처분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의 113배의 자금을 확보한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 약물재창출 등으로 주가가 급등한 기업이 많다”면서 “새로운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은 신약개발이나 약물재창출이나 모두 어렵다. 투자자나 일반인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다면 오히려 전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신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