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아마존이 24일(현지시간)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루나를 전격 발표했다. 파이어 TV(Fire TV)와 PC, Mac, iOS 모두 지원된다.

이용료는 월 5.99달러다. 전용 루나 콘트롤러까지 지원되며 아마존의 인공지능 서비스 알렉사와의 연동도 가능하다. 최대 2대의 기기에서 작동되며 최초 100종의 게임이 지원된다. 1080p, 60fps로 서비스되며 일부는 4K 지원도 가능하다.

루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기존 트위치 경쟁력과 AWS로 대표되는 막강한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다. 이를 바탕으로 X클라우드를 바탕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태디아의 구글, 아케이드의 애플 및 지포스나우의 엔비디아 등과 경쟁할 전망이다.

▲ 출처=아마존

강자의 숲에서 출사표 던진 루나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는 아직 전체 게임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다만 그 성장세는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 뉴즈가 3일(현지시간) 공개한 2020 글로벌 클라우드 게이밍 리포트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 규모는 5조7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며 매출은 올해 기준 6639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시장 규모의 경우 뉴즈가 당초 예상했던 32억달러와 비교해 무려 50%나 올라간 수치다.

불과 몇 년전만해도 클라우드 게임은 레이턴시(연결지연) 등의 이유로 게이머들의 혹평을 받았으나, 이제는 5G로 대표되는 초연결 인프라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커지는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이 뛰어드는 가운데, 구글의 스태디아가 눈길을 끈다.

구글 스태디아는 지난해 3월 공개됐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나서 스태디아의 강점을 설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역작으로 평가된다. 다만 스태디아가 완전히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고사양의 게임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에서 매끄럽게 가동할 수 있다는 호평도 많았지만, 지나치게 적은 숫자의 타이틀과 콘솔 게임 특유의 ‘손 맛’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안정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많은 게이머가 몰리면 스트리밍 서비스 자체가 흔들리는 장면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구글의 고속도로 공사가 끝날 때 까지 현재 차선에 머물러 있으라”는 반응을 내놨다. 최근에는 이러한 위협이 많이 줄어들었으나,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MS도 클라우드 게임에서 X클라우드로 출사표를 던졌다. MS의 콘솔 플랫폼 Xbox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MS가 약 74억달러를 투자해 베데스다 모회사인 제니맥스를 인수하며 IP 스펙트럼을 넓히는 가운데 X클라우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도 한 칼이 있다. 애플은 지난해 9월 애플 TV 뉴스 플러스 등 다양한 구독 비즈니스 플랫폼과 함께 애플 아케이드도 정식 출시했다. 월 4.99달러만 있으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무겁고 용량이 큰 게임보다 소소한 맛을 살릴 수 있는 ‘라이트 게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또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분위기다.

각각의 플레이어들은 독특한 강점들을 가지고 있다. 구글 스태디아는 막강한 안드로이드 생태계 노하우에 구글 클라우드라는 기반을 가지고 있고, MS는 콘솔 게임업계의 강자로 군림한 노하우가 충분한 한편 역시 애저라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보유하는 중이다. 

여기까지 기업들은 모두 클라우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AWS를 가진 아마존이 참전하며 클라우드 빅3가 모두 클라우드 게임 업계에 진출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애플은 자체 상용 클라우드 인프라가 없지만 iOS 생태계를 바탕으로 하는 구독경제 비즈니스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iOS 생태계에 포진한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와 클라우드 게임의 시너지를 노리며 이를 전체 생태계 락인 전략으로 쓸어내는 기류가 강하다. 아마존 루나의 방식도 비슷할 전망이다. 아마존도 트위치를 바탕으로 하는 게임 중계 인프라를 바탕으로 루나와의 연동성을 강화해 역시 생태계 락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포스나우의 엔비디아는 게임에 필수적인 GPU를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 창출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자체 클라우드를 가지고, 게임 중계 플랫폼인 트위치를 가진 아마존이 루나를 바탕으로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한편 아마존이 가진 더욱 넓은 비게임 외 시장과의 시너지를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기존의 강자들이 시장에 등판했으나 다들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는 못한 초기 시장에서, 아마존의 루나는 빠르게 존재감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 SKT와 MS가 국내서 X클라우드 런칭한다. 출처=SKT

국내 시장 판도
현재 국내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통신 3사가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MS는 지난 1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1년여간 베타 서비스를 해왔던 5GX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X클라우드를 정식 상용 서비스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MS가 삼성전자 및 SK텔레콤 등과 접촉을 늘리는 상황에서 X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전략이 전개되는 셈이다.

SK텔레콤과 MS는 지난해 9월 5G 클라우드 게임 공동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양사는 클라우드 게임 출시를 위해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전 세계서 처음으로 필드 테스트를 시작했고, 국내 이통사 가운데 단독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MS의 국내 첫 클라우드 게임 개발자 행사를 공동 진행하기도 했다.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Xbox Game Pass Ultimate)’이 눈길을 끈다. 월 1만6700원의 이용료로 100여종의 엑스박스 게임은 물론 지인과 함께 동시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인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Xbox Live Gold)’도 제공한다.

▲ SKT와 MS가 국내서 X클라우드 런칭한다. 출처=SKT

KT는 게임박스를 지난 8월 12일 출시했다. 게임박스는 월정액 요금을 내면 스마트폰, PC, IPTV 등으로 100여 종의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 서비스다. KT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활용해 기기 성능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 

9900원의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며 PC와 IPTV에서도 게임박스를 즐길 수 있도록 N스크린 기능을 순차 적용하는 중이다. 게임박스가 자체 구축한 플랫폼인 특징을 살려 국내외 인기 대작과 더불어 국내 중소 게임사들의 인디게임까지 수급해 스트리밍 게임 생태계를 활성화할 전략이다.

누군가와 손을 잡지 않고 독자적인 서비스를 출시한 점이 눈길을 끈다. KT 5G/GiGA사업본부장 이성환 상무는 “KT는 자체 구축한 개방형 플랫폼의 강점을 바탕으로 100여종의 인기게임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한국형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출시했다”며 “최신 인기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OTT 환경을 완벽하게 구현해 게임 이용 트렌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게임박스는 출시 한달 만에 가입자 4만명을 돌파했다.

▲ 출처=KT

LG유플러스는 지포스 나우와 손을 잡았다. 지난해부터 협력해 클라우드 게임 지포스 나우를 국내에 출시했으며 300여종의 게임이 지원되는 중이다.

국내 통신사들의 클라우드 게임 전략은 5G 인프라를 전제로 가동된다. 이런 상황에서 5G MEC에서 AWS와 협력하는 SK텔레콤이 클라우드 게임에서는 MS와 협력하는 등 전선이 다소 복잡한 편이다.

다만 시장 자체가 점점 커지는 데다 각각의 플레이어의 장단점이 뚜렷해지고 있어 게이머 입장에서는 반색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과 MS의 X클라우드는 라인업이 탄탄하지만 비용이 다소 비싸고 iOS가 지원되지 않으며, KT 게임박스는 가성비가 좋지만 게임의 이름값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LG유플러스와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는 최근 라인업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 루나가 국내에 출시될 경우 판도는 더욱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이와 관련해 나온 발표는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