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토종 OTT 업체 웨이브가 출범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안방을 확실히 잡고 글로벌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콘텐츠 투자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또 국내 업체들 간의 대통합 의지도 재확인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9월 지상파 3사와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통합하며 출범했다. 당시 5년안에 500만 가입자, 연매출 5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출범 1년만에 웨이브는 가입자 수 1000만명을 돌파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완전하게 기를 펴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방에서의 방어전을 치르면서도 글로벌 진출에 대한 숙제도 남아있다. 

28일 웨이브는 출범 1주년을 맞이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사업방향을 소개했다. 행사에는 이태현 대표를 비롯해 이상우 서비스본부장, 조휘열 플랫폼기술본부장, 정욱 코퍼레이트센터장, 이희주 정책기획실장, 김홍기 사업기획그룹장, 배재근 마케팅전략그룹장 등 임원들이 참석했다.


웨이브 가입자 1000만 돌파…”양질의 안방 콘텐츠 강점”


웨이브는 이달 가입자 10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매출의 척도인 유료 가입자는 사업 전략상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난해 5월 푹의 유료 가입자와 비교해 2.8배 가량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가입후 이탈율은 27%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웨이브는 잔존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캠페인을 오는 4분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 웨이브가입자성장추이. 출처=웨이브

가입자 수 증가의 원동력 중 하나로 과거부터 쌓여온 지상파 3사의 양질의 콘텐츠와 신규 방송 및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너지가 꼽힌다. 이태현 대표는 “웨이브는 기존에 쌓여있는 탄탄한 콘텐츠에 더해 매일 신작이 올라가고, 오리지널 콘텐츠도 추가되고 있다”면서 “신작 소비가 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신작과 핏이 맞는 구작도 다시 소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질의 국내 콘텐츠 보유는 웨이브가 넷플릭스를 비롯해 향후 국내에 진입할 디즈니 플러스 등 글로벌 OTT 사업자 대비 차별화 할 수 있는 역량이기도 하다.

지상파 방송을 곧장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도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실시간 서비스 또한 웨이브가 주는 강점”이라면서 “실시간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이 시작한 뒤 약 5분내로 실시간 다시 보기를 제공한다.

서비스 전반적으로 웨이브가 토종 OTT로서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확실하다는 설명이다. 

▲ 이태현 웨이브 대표 2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그러나 지상파를 벗어난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에서도 국내 콘텐츠가 각광을 받고 있고, 이러한 콘텐츠들은 독자적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JTBC와 tvN이 힘을 합친 티빙이 대표적인 예다. 웨이브는 이들과의 제휴는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글로벌 OTT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국내 OTT들이 통합 과정을 거쳐야한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현재로선 각 사별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 파편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대명제는 통합을 통한 글로벌화라고 본다”면서도 “현재는 나름대로의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서로가 더 커지면 같이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통합 등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해 이 대표는 “글로벌 서비스는 올해 해외에 있는 한국 교민을 대상으로 시행하려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홀드된 상태”라면서 “앞으로 NBC 유니버셜과의 상호 협력 모델을 비롯해 각 지역마다의 교류 및 제휴가 준비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다만 국내에서 먼저 압도할만한 경쟁력을 보여주고나서 글로벌 성공이 가능할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글로벌로 가기엔 준비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새 발의 피’ 평 받는 콘텐츠 투자액…비전은


2007년 일찍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사세를 키운 글로벌 OTT 기업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액은 연간 1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 기조는 국내에도 적용돼 한국 진출 이후 ‘옥자’ ‘킹덤’ ‘싸이코지만 괜찮아’ ‘이태원 클라쓰’ 등 히트작 투자 사례를 냈다.

반면 자본력이 충분치 않은 웨이브를 비롯한 국내 OTT 업계는 절대적인 투자액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웨이브는 지난해 펀드를 조성, 2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하고 지금까지 누적 68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최근 ‘앨리스’ ‘거짓말의 거짓말’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정욱 코퍼레이트 센터장(CFO)은 “가용 금액은 3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어 향후 3~4년은 충분히 투자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웨이브는 지난 1년간 ‘투자 여력’을 증명하기 위해 힘썼다. 김홍기 사업기획그룹장은 “제작, 콘텐츠 시장에 1년간 좋은 작품에 대해 괜찮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려고 노력해왔다”면서 “이에 대한 실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한걸음 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 출처=웨이브

웨이브는 지상파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형태가 아닌 처음부터 직접 발주하는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도 하반기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이태현 대표는 “올 하반기에 완벽히 웨이브가 발주한 자체 오리지널이 한두개 정도 준비 중이다”면서 “창작자의 창작 욕구를 자유롭게 보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웨이브는 오는 2023년 IPO를 신청하고, 2024년 최종 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욱 센터장은 “그 시점이 되면 (유료) 가입자는 600만명, 매출은 5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