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쉐이크쉑에서 출시된 고추장 버거. 출처=SPC그룹
미국 현지 쉐이크쉑에서 출시된 고추장 버거. 출처=SPC그룹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뉴요커의 관점에서 바라본 고추장 버거로 한국 전통과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미국 쉐이크쉑 본사에서 모든 메뉴를 총괄하는 마크 로사티 디렉터의 말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모든 쉐이크쉑 매장에서 출시되는 메뉴는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지난해 10월 미국보다 국내에서 먼저 출시된 ‘고추장 버거’ 또한 한국인이 아닌 그의 작품이다.

국내에서 먼저 반응을 확인한 뒤 미국 현지로 넘어간 ‘고추장 버거’는 최근 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K-버거’ 인기를 입증했다. 미국 국무부 직원이 고추장 버거를 먹고 한국말로 “대박”이라고 외치는 영상이 화제가 되는 등 미국 현지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관련 리뷰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미국인이 직접 개발한 ‘고추장 버거’는 한국 전통 음식인 ‘고추장’과 ‘백김치’가 대표적인 서양 음식 버거와 만나면서 탄생됐다. 언뜻 고추장과 백김치는 익숙한 조합이지만, 햄버거와 만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고추장 버거’는 통 가슴살을 수비드(저온조리) 방식으로 조리해 고추장 소스와 참깨로 양념치킨 맛을 냈고, 잘게 썬 백김치를 더한 점이 특징이다. 감자튀김에는 케첩 대신 고추장과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가 제공된다.

쉐이크쉑 메뉴 개발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마크 로사티 디렉터. 출처=SPC그룹
쉐이크쉑 메뉴 개발 총괄을 담당하고 있는 마크 로사티 디렉터. 출처=SPC그룹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개발한 고추장 버거는 마크 로사티의 한국 음식 사랑에서 시작됐다. 그는 “한국에 쉐이크쉑 매장을 열기 1년 전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서울 유명 치킨집에서 처음 맛봤던 양념치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면서 “미국 소비자도 이러한 한국적인 요소를 접목한 뉴욕의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메뉴 출시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마크 로사티는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양념치킨을 꼽았다. 그는 “강남과 청담동, 이태원 등 여러 곳에서 먹었던 치킨을 잊지 못하는 것은 물론, 당시 좋은 사람들과 음식을 나눴던 기억이 소중한 경험”이라면서 “팬데믹 이전까지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서울을 방문해 현지 요리를 최대한 탐험하는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치킨을 먹다 영감을 얻어 탄생한 ‘고추장 버거’는 국내와 미국 현지 모두 한국 소스인 ‘고추장’이 공통 베이스로 사용된다. 그는 “고추장은 음식 풍미를 내는데 사용하는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 중 하나”라며 “치킨부터 채소까지 다양한 식재료와 조화를 이루는 고추장의 다재다능함에 반해 버거에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출시된 버거와 미국에서 선보인 버거는 레시피 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양국에서 동일한 고추장 소스를 활용했다”면서 “가장 큰 차이는 미국에선 로컬 김치 브랜드와 협업한 백김치가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흔한 빨간 김치가 아닌 백김치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고유 방식 보다는 한국식 치킨을 재해석한 결과물에 초점을 맞췄다는 마크 로사티 설명이다. 그는 “쉐이크쉑이 사용하는 백김치에는 양배추와 함께 무가 포함된다”며 “한국에서 치킨과 함께 나오는 치킨무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 백김치 색감 또한 고추장 글레이즈드 소스와 버무려진 치킨과 빵과 등 시각적인 이미지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고추장 버거의 현지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고추장 버거 후기 관련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인종을 보유한 만큼 까다로운 입맛을 지닌 미국에서의 선전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마크 로사티는 이러한 인기에 대해 “요즘 같은 팬데믹 기간 동안 다른 나라로 여행하고 즐길 수 없어 음식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여행에 대한 욕구를 대체하고 있는데 이번 고추장 버거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쉐이크쉑 메뉴 R&D 실무자들은 지난 몇년 동안 수없이 많은 한국식 치킨을 맛보고 다양한 스타일을 접하며 ‘무엇이 서울을 이렇게 맛있고 상징적인 도시로 만드는지’에 집중했다”면서 “버거에 들어있는 고추장 치킨 또한 연구진이 오랜 시간 연구한 한국 요리의 맛과 기술, 재료로부터 영감을 받아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했다.

마크 로사티가 바라본 쉐이크쉑 강점은 전 세계 음식 애호가들을 연결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쉐이크쉑 매장이 전 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연구진들은 다양한 음식을 경험하기 위해 서로 소통한다”면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함께 모여서 먹는 순간들이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한 영감을 불러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미국인 바라본 K-푸드 잠재력은 무엇일까. 그는 “다양한 식문화가 존재하는 미국에서 한식은 특별한 음식 그 자체로 여겨진다”면서 “한식에 대한 미국인 취향도 계속 진화하는 만큼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K-푸드 또한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