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 참고
자료=금융투자협회 자료 참고

[이코노믹리뷰=박창민 기자] 이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서가 악화일로를 걷자 우리나라의 국채 금리도 약세를 띠고 있다. 전쟁 국면에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강해지면서 국채 매입 수요가 늘자 국채 가격은 오르고 채권 금리(할인율)는 낮아진 것이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42%다. 이는 전장 종가(2.244%)대비 0.2bp(1bp=0.01%) 떨어진 수치다. 일주일 전(5영업일 전)인 지난달 21일(2.363%)와 비교하면 3년물 금리는 12.1bp 급감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전장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21일과 비교하면 각 9.8bp, 9.5bp 줄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더불어 2월 금통위(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하락세가 커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한은 금통위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국고채 지표물의 금리 하락폭은 확대됐다. 지난 24일 3년물 금리 종가는 하루 동안 9.1bp 하락했다. 5년물과 10년물도 전장 종가 대비 9.9bp, 9.8p씩 감소했다. 특히 5년물, 10년물의 일간 낙폭은 국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우려가 커지던 지난 2020년 3월26일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컸다.

통상 지금처럼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시기에는 국채 금리가 오르기 마련이다. 채권은 만기에 받을 금액이 정해져 있어 물가가 오르면 만기에 받을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 이에 투자자들은 채권 매도 압박을 받게 되고 매도량이 늘면서 채권 값이 하락하고 반대로 채권 금리는 높아진다.

통계청이 지난달 4일 발표한 '2022년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로 전년동월대비 3.6% 상승했다. 4개월 연속 3%대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3%대에 달한 이후 최장 기간이다.

루블화. 출처=pixabay
루블화. 출처=pixabay

최근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도 국채 금리가 하락하는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자리한다. 지정학적인 위기가 커지면서 안잔자산에 대한 수요가 국채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돈바스 지역에 폭격을 가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과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을 배제하는 제재안을 발표했다.

이에 맞서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9.5%) 대비 10.5%포인트 높인 20.0%로 인상했다. 서방권에서 대(對)러시아 금융제재에 따른 루블화 폭락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현지시간) 기준 루블·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3.89% 높아진 95.61루블이다.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 국채 금리에 대한 상방 압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2시(현지시간) 현재 러시아의 10년 국채금리는 12.81%로 전장 대비 2.81%포인트 높아졌다.

자료=KRX 참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면서 국내 자산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코스피 ‘공포지수’라 불리는 VKOSPI는 24.41로 이달 초(22.92)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24일에는 장중 28.09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3월 24일(23.6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채권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국가와 러시아와의 전면전보다는 국지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나금융투자 박승진 연구원은 “단기간 내 화해가 이뤄지는 긍정적인 케이스나 현재 국지전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전면전까지 넘어가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정학적 리스크에 의한 불안심리는 점차 개선(안전자산 심리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백윤민 연구원은 “과거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사례를 보면, 국지적 소요사태 수준으로 마무리 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 “과거에도 시장변동성이 일시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러한 모습이 장기화되지는 않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