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쌍용건설
사진= 쌍용건설

국내 주요 건설사들과 통신기업 KT 간의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대내외 변수로 인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 달라는 건설사들의 요구를 KT가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일한 사안에 대한 해석이 극명하게 달라 평행선 대립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공사비 인상하라” vs “인상 의무 없다” 

가장 적극적으로 공사비용 인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는 건설사는 쌍용건설이다. KT 판교 신사옥 공사에 참여한 쌍용건설은 기존 계약 공사비에 인상된 비용이 고려된 추가 부담금을 KT에 요구했으나 KT는 이를 거절했다. 이에 대응해 쌍용건설은 지난해 10월부터 판교 신사옥 앞에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KT는 쌍용건설 외에도 같은 문제로 다수의 건설사들과 대립하고 있다. KT가 발주한 자양1재정비촉진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롯데건설은 1000억원대의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으나, KT는 이를 지급하지 않으며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현대건설은 서울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와 관련해서, 한신공영은 부산초량오피스텔 개발사업과 관련해서 공사의 발주처인 KT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다. KT는 이러한 요구들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갈등의 골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공사 중단 및 일정의 연장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상된 건설자재 비용의 공사비 반영 여부다. 

건설사 관계자는 “천재지변과 같은 변수로 인해 건설사들은 막대한 비용을 떠안으면서 공사를 마쳤거나 혹은 큰 손해를 감수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건설사들과 연결된 중견·소규모 시행사와 시공사들까지 타격을 입으면서 건설업계 전체로 악영향이 확산될 것”이라고 공사비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건설사들의 격렬한 공사비 인상 요구에 대해 KT는 “기존 계약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로 일관하고 있다. KT 측은 “건설사들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비용인상분을 공사비에서 배제하는 조항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에 임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공사비용의 인상분을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갈등이 격화되자 국토교통부는 KT와 건설사들 간의 중재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의 요청으로 정부는 현재 건설분쟁조정위원회·민관합동 PF조정위원회의 운영을 통해 갈등의 봉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대립이 첨예한 만큼 현실적으로 단기 간 내의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T의 ‘다음 발주’ 주목하는 건설사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KT의 신규 건설 발주 조건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규 발주 계약에서 비용인상 배제의 조건을 KT가 그대로 유지한다면 ‘불공정 계약’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으며 조건이 삭제된다면, 이전의 계약 조건에 문제가 있었음을 KT가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관점이다.

출처= 국토교통부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공식 의견. 출처= 국토교통부

실제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에는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하여 무효로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는 건설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발주 계약 조항은 무효가 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다.

국토교통부도 ‘민간 건설공사 도급 시의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대한 의견으로 “물가 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의 조정을 인정하지 않을 상당한 이유가 없다면, 그 부분에 한정해 도급계약은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설업계 내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 제기가 과연 의미가 있겠는가에 대한 해석은 갈린다.  국내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소 비용이 전제된 발주 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민영 기업인 KT에게 당연한 것”이라면서 “비용인상 배제의 조건이 유지되거나 삭제되는 등의 변화는 건설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문제 제기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사안에 대한 각 건설사들의 입장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KT 측은 “분쟁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정과 논의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면서 “사안과 관련해 여러 차례 법리적 검토를 했음에도 결론은 항상 같았다”고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