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희 K-의료관광협회장. 사진=김연정 객원기자
서은희 K-의료관광협회장. 사진=김연정 객원기자

코로나19는 세상이 생각보다 가깝게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으로 나가지 못하는 대신 온라인으로 세계와 손잡는 법을 배웠다. 이를 통해 의료영역에도 공간의 벽이 허물어졌다. 이때 힘을 키운 것이 의료관광 플랫폼이다.

세계인이 의료관광 플랫폼에서 의료 쇼핑을 거리낌 없이 할 날이 머지않았다. 뇌종양은 미국 A병원 의사가 전문이고 장기이식은 한국 B병원 의사가 최고라는 식이다. 글로벌 의료계가 통합되며 한국의 의료기관도 무한경쟁 시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인구 축소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의료관광 활성화는 어쩌면 기초의료 보장을 위한 훌륭한 자금원이 될 수도 있다.

의대 정원 증원 이슈로 의료계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누구보다 한국 의료계 역량을 신뢰하는 곳이 바로 의료관광업계다. 전문가는 한국의료관광 발전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함께 업계를 이끌어나가는 코디네이터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자와 직접 만나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도움 없이 관련업계 성장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믹리뷰는 3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서울관광재단에서 K의료관광협회 서은희 협회장을 만나 한국 의료관광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 의료관광업계에서 얼마나 일했으며, 어떤 일을 담당했나.

10년이 조금 넘었다. 2012년 자녀들이 ‘장래유망직업’이라는 가정통신문을 받아왔다. 그 가정통신문에서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듬해 제1회 ‘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 국가자격시험’을 준비하며 의료관광업계에 발을 들였다. 2015년 12월에는 K의료관광협회 전신인 ‘공인국제의료관광코디네이터협회’를 만들었다.

- 이번에 ‘메디컬 코리아 2024’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A한국의료관광의 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분들의 노고가 있어 한국이 아시아 선도 의료관광 국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업계 동료들을 대신해 상을 받게 됐다고 생각한다. 수상은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여긴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관광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것이다.

- ‘메디컬 코리아 2024’에서 의료관광 비즈니스 미팅을 맡아 운영했다 성과가 있다면.

비즈니스 미팅에는 26개국에서 56개사 해외 바이어가 참여했다. 미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중국, 몽골 등이 대표국가다. 국내 의료기관 등 셀러는 137개사가 참가해 총 574건의 상담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 외국인환자 유치 및 의료 해외진출 관련 업무협약이 총 35건 진행된 점이 눈에 띄는 성과다.

- 비즈니스 미팅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비즈니스 미팅에는 지난해와 비교해 의료관광 플랫폼 회사를 좀더 많이 초청했다. 코로나19는 의료관광시장에도 트렌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세계 의료관광시장은 디지털로 더욱 가까워졌다. 

의료관광 플랫폼으로 전 세계의 광범위한 의료관광 잠재 고객들이 연결된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더 많은 치료옵션을 탐색할 수 있다. 전문진료나 고급진료 등을 상대적으로 저비용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됐다. 포괄적인 정보 제공을 통해 국내의료기관들과 플랫폼 업체들의 만남으로 직접적인 성과를 낳고 싶었다.

- 국내에 방문한 대표적인 의료관광 플랫폼 회사가 있다면.

미국의 플라시드웨이(Placidway Medical Tourism)와 영국의 클리닉스온콜(clinicsoncall)이다. 프라모드 고엘 플라시드웨이 대표는 국내 의료기관을 둘러보고 싶다며 행사 3일 전에 입국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그는 강남구 의료관광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의료관광 마케팅 내용을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지샨 지만 클리닉스온콜 대표는 출국 날짜를 두 번이나 연장하며 예정기간 보다 일주일 더 국내에 머물렀다. 양측 모두 한국의 우수한 의료 시스템을 접하고 감탄했다.

- 지샨 대표는 일주일이나 더 머물렀다고 하는데,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팸투어(초청 홍보 여행) 당시 국내 건강검진 체험 일정이 있었다. 지샨 대표의 경우 건강검진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됐고 이를 하루 이틀 만에 확인할 수 있는 점을 굉장히 놀라워했다. 지샨 대표는 검진 결과에 맞춰 시술을 받은 후 적극적으로 국내 다른 병원과 접촉하고 싶어해 한국 체류 기간이 늘었다.

실제 다수 의료기관들을 직접 방문해 의료관광상품을 확인했다. 서울대학교 병원 국제진료센터에 들러서는 종양학, 암치료 등 중증치료와 관련된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숙소까지 인근으로 옮기는 열의를 보였을 정도다. 지샨 대표는 경복궁, 창경궁, 인사동 등 서울 명소도 둘러보며 관광에 필요한 자료도 수집했다. 한국 의료관광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에 체류기간을 늘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3월 14일 서은희 K-의료관광협회장이 ‘메디컬 코리아 2024’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3월 14일 서은희 K-의료관광협회장이 ‘메디컬 코리아 2024’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하고 있다. 사진=본인 제공

- 국내 의료관광업계 문제점이 있다면.

업계 핵심 인력인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된 점이다. 현장에서 의사와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들이다. 통역사이자 환자의 한국 생활을 돕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시간 통역비가 10년 전 최대 3만원에서 정체돼 있다. 같은 기간 최저임금이 2배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다. 코디네이터가 의료관광 유치 업체에 취업한다 하더라도 연봉이 2800만원부터 시작해 타 산업군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의료관광 코디네이터는 모든 진료과목을 영어나 제3의 언어, 한국어로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의료 관련 언어구사력은 한 과목을 담당하는 의사보다 더 높은 수준이 되어야 한다. 고급인력 수급이 필요한 반면 처우는 낙후됐다는 뜻이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의료관광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2년 4580원에서 2024년 9860원으로 2배가량 상승했다.

- 코로나19 이후 현장을 떠난 코디네이터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맞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외국인 코디네이터들의 경우 국내 병원 등에서 계약 갱신이 이루어지지 못해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타 산업으로 흘러 들어갔다. 국내에 남은 인력 중 상당수는 인천의 중고차 해외수출업 등 타 산업계로 진출했다.

한국인 코디네이터들은 무역 통역 쪽으로 진로를 변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엔데믹이 시작돼 외국인 환자들은 하나둘 들어오지만 의료관광업계 처우가 좋지 않으니 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 의료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비자 발급 문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정말 필요한 사람만 들어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베트남 등에서 비자 장사를 하는 브로커들이 많다. 관광비자 보다 상대적으로 의료관광비자가 받기 쉽기 때문이다.

현지 브로커가 거액의 수수료를 받고 진료 기록을 조작하거나 값비싼 건강검진을 신청하는 등으로 국내 의료관광을 알선한다. 불법 비자 발급은 대부분 걸러지고, 정부에서도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의료관광비자 발급이 완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 정부 발표 외에 의료관광업계에 필요한 도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앞서 말했듯 의료관광에 꼭 필요한 인력인 의료관광 코디네이터에게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의료관광 에이전시에 코디네이터들을 연계해주고 인건비를 한시적으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시급하다.

코디네이터들은 대개 사회경험이 풍부하고 외국어 실력이 출중한 4050세대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나 ‘중장년내일센터’ 등과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인 에이전시들은 이러한 연계 사업을 통해 굉장한 사업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 한국의료관광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의료 인프라를 자랑한다. 최첨단 의료기술과 현대적 시설의 의료 기관 및 다양한 전문가를 고루 갖췄다. 그동안 성형이나 피부 쪽으로 많은 환자들이 방문했지만 실제 환자통계는 내과통합환자가 항상 유치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암치료, 장기이식 등 중증환자는 물론이며 최근에는 치과와 안과환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정부도 적극적이다. 2027년까지 의료관광객 70만명 유치를 목표로 비자발급절차 간소화 및 전세계 마케팅을 진행할 정도다. 이 외에도 ▲한류로 방문하고 싶은 국가로 인식된 점 ▲체류기간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점 ▲긍정적인 환자들의 경험 ▲유명인사들의 호평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앞으로도 꾸준히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