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이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측 손을 들었다. 창업자의 배우자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사장이 추진하던 OCI그룹과 통합은 무산됐다.

28일 열린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전무이사는 “임종윤∙종훈 등 2인과 기타비상무이사 권규찬∙배보경 등 2인, (형제측) 5인의 후보자들이 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이 주총이 끝난 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이 주총이 끝난 후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그동안 모녀측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와의 통합을 주장해온 반면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전 사장은 반대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모녀 측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거쳐 이들을 사장직에서 해임했다.

투표 결과 형제 측이 제시한 후보 5명의 찬성률은 52%가량이었다. 모녀측 후보 6명은 약 48%의 찬성표를 받았다.

승부는 소액주주들이 갈랐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가 OCI와의 통합을 위해 주식을 새로 발행하겠다고 해 지분이 희석될까봐 반대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총 후 기자회견에서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은 “주주들이 법원도 이기고 (모녀 측을 지지한) 국민연금도 이겼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5명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같은 날 형제 측이 양측의 통합에 반대하며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된 영향이다.

임종훈 전 한미정밀화학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어머니와 여동생, 그리고 OCI와 부득이하게 표를 다투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부끄러움이 앞선다”는 발언 뒤 나온 말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연구개발(R&D) 인재 명가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부터 집중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임종윤 전 사장은 “기존 신약 개발 후보물질은 확대하면서 위탁개발 사업을 병행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주주에 대한 감사를 표하면서도 “주주친화정책이라는 거창한 말보다 내년 이맘때 주총을 또 찾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올해 오지 않았던 봄, 춘래불사춘이 내년에는 올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