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괌의 햇살이 눈부시다. 오랜만의 휴가를 위해 괌에 도착한 후 숙소로 이동, 관광과 쇼핑을 위한 여정을 준비했다. 

휴가를 다녀와 검게 그을린 얼굴로 회사에 복귀하면 필사적으로 놀기위해 영혼까지 불살라 버린 것으로 오해받을까. 얼굴을 비롯해 온 몸을 선크림으로 도배한 후 리조트 택시 승강장에 섰다. 

자. 목적지는 유명한 사랑의 절벽. 이곳은 스페인 장교와의 결혼을 강요받던 차모르족 부족장의 딸이 자신이 정말로 사랑하는 이와 영원히 함께하려고 도피하던 중,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졌다는 비극적인 절벽이다.

카카오T로 택시 호출하는 장면.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T로 택시 호출하는 장면. 사진=최진홍 기자

관광객이 괌에서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호텔 및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셔틀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렌탈하는 것과 더불어, 한인택시를 이용하는 것과 한인택시를 이용하거나 한인택시를 활용하는 방안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선택지는 정해져 있다. 대중교통이 열악한데다 사이사이 으스스한 길도 많아 도보로 이동하기는 어렵고, 또 각 거점들의 거리가 묘하게 멀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일본으로 출장가며 우티를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쓰는 우티가 일본으로 가자 순식간에 우버로 변했고, 그 우버에 등록해 둔 한국 신용카드를 통해 편안히 현지를 이동하며 즐겼던 경험이 있다. 인터페이스 자체도 한국어를 많이 지원해 크게 어렵지 않게 '심리스'한 이동의 경험을 누렸다.

그렇다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는 어떨까? 

카카오T 앱을 열어 괌택시를 선택하면 된다. 사진=갈무리
카카오T 앱을 열어 괌택시를 선택하면 된다. 사진=갈무리

목적지 입력부터 배차, 이동까지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앱을 열면 국내외여행 창이 별도로 보인다. 항공, 차량호출, 시티투어, 시외버스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괌택시'를 선택하면 된다. '괌택시투어'도 있는데 이는 현지 한인택시 등도 많이 지원하는 일종의 관광상품이다. 괌 남부투어를 갈 때 요긴하게 사용된다. 다만 기자는 일회성 이동이라 '괌택시'를 선택했다.

카카오T는 유럽, 아시아, 동남아시아, 중동 등 총 32개국에서 카카오 T 로밍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괌에는 더욱 진심이다. 모든 서비스가 더 자세히 구축되어 있는 분위기다.

호출 방식은 국내와 동일하다. 출발지를 자동으로 잡아주지만 역시 수동으로 더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고, 목적지도 역시 구체적으로 잡아낼 수 있다.

괌택시 화면. 사진=갈무리
괌택시 화면. 사진=갈무리

흥미로운건 한글 지원이다. 원래 외국 서비스인데 한글 서비스를 지원하면서 발견되는 아주 약간의 어색함도 없다. 그냥 한국에서 쓰는 카카오T와 방식이 동일하고 지나치게 완벽한 한글이다. 

지명을 'Two Lover’s Point'라고 적을 필요도 없다. 그냥 한글로 '사랑의 절벽'을 기입하면 바로 장소가 뜬다. 참고로 다른 지역도 검색했는데 '차모로 시장' '괌 프리미엄 아울렛' 등등을 한글로 적어도 무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한글로 적으면 택시비와 이동경로가 바로 보인다. 사진=갈무리
출발지와 목적지를 한글로 적으면 택시비와 이동경로가 바로 보인다. 사진=갈무리
탑승정보 기입. 사진=갈무리
탑승정보 기입. 사진=갈무리
예약출발 시간도 정할 수 있다.사진=갈무리
예약출발 시간도 정할 수 있다.사진=갈무리

출발지인 리조트에서 목적지인 사랑의 절벽을 선택하자 예약시간이 나온다. 괌에서 운행되는 대부분의 택시들은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잡는 것이 아니라 예약을 한다. 한인택시의 경우도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하며 예약해 배차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 카카오T도 동일한 현지화를 채택한 분위기다.

(다른 생각이지만 한인택시를 예약할 때 모두가 카톡을 쓰고있는 상태에서 카카오T가 괌에서도 한국의 경험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묘하고, 괌 여행을 하면서 카카오페이로 간편하게 여행자보험을 든 기자가 어느새 카카오의 노예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그리고 도보 이동이 어렵고 대중교통이 열악하면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괌은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서 진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시장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예약접수가 됐다. 사진=갈무리
예약접수가 됐다. 사진=갈무리

예약은 대부분 15분 즈음에 모두 잡힌다. 배차도 원만하고 앱 구동 자체도 깔끔하다. 탑승정보를 입력하면 비용이 자동으로 계산되며, 예약이 접수되면서 먼저 결제가 된다.

기존 한국에서 쓰던 카카오T 앱에 걸어둔 신용카드에서 선결제되는 방식이다. 미터기 입력 방식이 아닌 것은 역시 현지 택시문화를 차용한 분위기다. 잘 모르는 관광지를 택시로 이동할 때 미터기가 달릴수록 내 가슴도 미친듯이 달리는 쓰라린 추억이 많은 입장에서, 배차 직전 택시비가 간단히 산출되어 미리 선결제되니 마음이 더 편하다.

예약이 확정되면 기사님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보인다. 예약번호가 보이면서 택시 번호와 기사님의 얼굴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지의 미키택시와 제휴를 맺고 운행을 하는 중이다.

예약이 확정되자 기사와 차량 정보가 보인다.  사진=갈무리
예약이 확정되자 기사와 차량 정보가 보인다.  사진=갈무리

예약이 확정된 후 해당 택시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도 실시간으로 보인다. 카카오맵이 아닌 구글 지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약간 어색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예약이 확정되자 택시가 출발지로 오는 경로가 보인다. 사진=갈무리
예약이 확정되자 택시가 출발지로 오는 경로가 보인다. 사진=갈무리

동시에 정해진 시간. 예약시간에 정확히 미키택시가 내 앞에 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에나 택시문이 열리며 한인 택시기사님이 환하게 웃었다. 참고로 배차가 확정되기 전이나 예약확정 후 5분 이내라면 취소 수수료는 무료라고 한다.

미키택시가 제시간에 도착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미키택시가 제시간에 도착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T, 공격적으로 확장 중
카카오T 호출로 괌에서 만난 미키택시 소속의 기사는 "최근 관광객들 중에서 카카오T를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한국에서 쓰던 앱과 방식 그대로 괌에서 활용할 수 있다보니 다들 선호도가 있는 듯"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이 느끼는 택시비에 대해서는 편차가 있다는 설명이다. 누군가는 다소 비싸다고 생각하지만, 또 누군가는 주로 활용하는 한인택시 대비 비용이 비싸지는 않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카카오T앱이 자동으로 택시비를 계산해 선결제하기에 비용과 관련해서는 큰 불만들이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괌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가동하는 중이다. 현지화 서비스가 눈길을 끈다. 언어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기사-승객 간 ‘메시지 자동 번역 기능’을 지원하고 실시간 위치, 도착 예정시간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안심 메시지 기능’도 새롭다. 

괌 현지에서 ‘택시 및 공항픽업 예약서비스’도 시작했다. 괌을 방문하는 이용자는 카카오 T 앱 내 여행 탭의 ‘해외여행' 메뉴를 통해 괌 택시 및 공항 픽업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으며, 카카오 T 항공 국제선 서비스를 통해 괌 항공권 예매 시 추천 연계 서비스로도 접근 가능하다. 심지어 예약 시에는 비행기 연착, 지연 등으로 예약 서비스 이용 시간을 재조정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고자 사전 입력된 이용자의 비행기 편명 정보를 통해 현지 기사가 카카오 T 앱에서 직접 실시간 비행 상황 파악 후 차량을 준비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카카오T 택시 호출로 목적지로 이동 중. 사진=최진홍 기자
카카오T 택시 호출로 목적지로 이동 중. 사진=최진홍 기자
택시문에 카카오T 로고가 보인다. 그 외에는 택시와 카카오와의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택시문에 카카오T 로고가 보인다. 그 외에는 택시와 카카오와의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한편 기사들 입장에서 수수료가 다소 부담이라는 말도 했지만, 이 역시 현지 영업 다각화 방식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 연장선에서 "카카오T가 최근 공격적으로 괌 택시영업을 전개하다보니 다른 경쟁 한인택시들도 요금이나 기타 승객들을 위한 차별화 등을 더 고민하는 것 같다"면서 "서로 경쟁하면서 견제도 하지만, 또 업계 전체로 볼 때 이 바닥이 더 건강해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T앱의 괌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리도 뒀다. 그는 "한인택시도 마찬가지지만, 일부 기사들이 카카오T를 통해 승객과 처음 만난 후 서로 이야기를 한 다음 승객이 2차, 3차 이동할 때 기사와 카카오T가 아닌 카톡으로 연락하며 택시요금을 현금으로 받는 경우가 있다"면서 "괌의 경우 관광지들이 서로 떨어져 있음에도 대충 구경하는데 30분이 걸리지 않는 특이한 곳이라 승객 입장에서는 이동한 후 짧게 관광하고 또 이동한 후 짧게 관광하는 특수한 구조라 기사들이 바쁘지 않으면 관광지에서 승객을 기다렸다 다음 장소로 재차 이동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는 중간에 있는 기업(플랫폼)들에게는 약간 나쁜 소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