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들의 AI '쩐의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생성 AI 시대에서 시장과 기술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자체 AI 개발 및 투자 등에 집중하는 가운데, 실제 일상 속에서 AI 활용도도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AI 쩐의 전쟁...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오픈AI 대항마'로 불리는 스타트업 엔스로픽에 27억 5000만 달러(약 3조 70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원)를 이은 후속 투자다. 총 40억 달러로, CNBC는 "아마존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 외부 투자"라고 평가했다.

아마존의 다양한 영역에서 AI와 머신러닝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김기완 AWS SA 2023 강연자료
아마존의 다양한 영역에서 AI와 머신러닝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김기완 AWS SA 2023 강연자료

앤스로픽은 오픈AI 창업 멤버인 다리오, 다니엘라 애머데이 남매가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AI 챗봇 '클로드'를 공개한 후, 이달 초 인간의 평균 IQ(지능지수) 100을 넘긴 것으로 평가받는 '클로드 3'를 공개했다. 이는 AI 모델 능력을 평가하는 순위표인 '챗봇 아레나'에서 처음 오픈AI의 GPT-4를 앞서 주목 받았다. 이에 아마존뿐만 아니라 세일스포스, 구글 등의 기업들은 73억 달러(약 9조 8000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앤트로픽 웹사이트 '클로드' 안내 페이지. 사진=갈무리.
앤트로픽 웹사이트 '클로드' 안내 페이지. 사진=갈무리.

이외에도 AI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 출신이 설립한 인플렉션 AI는 총 15억 달러(2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구글 출신 연구원들이 세운 코히어도 지난해 6월 4억 45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펀딩을 받은 후, 최근 5억 달러(6700억원) 조달을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 미스트랄AI는 창립 8개월 만에 5억의 유로 투자를 유치했으며, 최근 AI 로봇 스타트업 피큐어AI는 MS, 오픈AI, 엔비디아와 아마존 창업자로부터 7억 달러(약 9400억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조사 기관인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AI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총 270억 달러(약 36조 2800억원)로 2022년보다 57% 늘었다. 이 중 3분의 2가 세계 클라우드 컴퓨팅 '톱3'에 드는 MS, 구글, 아마존 3개의 빅테크에서 조달되고 있다. 잠재적 경쟁사에 선제 투자를 통해 해당 AI 스타트업을 경쟁자가 아닌 파트너로 만들고자 하는 취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심화되는 AI 인재 쟁탈전

고급 인재에 대한 구인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연봉과 스톡옵션 패키지 등의 제안을 통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이 AI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자 100만 달러(약 13억 4300만원) 이상의 연봉과 스톡옵션 패키지를 약속하는 등의 파격적 제안에 나섰다. 급여 협상 서비스 기업 로라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박사급 AI 연구원 초봉은 각각 86만 5000달러(약 11억 5400만원)와 85만 5000달러(약 11억 4000만원)로 나타났다. 

다만 AI 전문 인력 외에는 인력 감축을 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전체 인력의 6%인 1만 2000여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밝혔으며, MS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엑스박스에서 1900명을 해고하는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대적 감원에 나섰다.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고연봉의 AI 개발자들을 영입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빅테크 AI 경쟁, 일상에 AI 스며든다 

빅테크의 AI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람들의 일상에 AI가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2030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2명 중 1명이 AI 서비스를 경험했다. 주거 편의, 교육, 학습, 교통,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국민생활 분야에서의 AI 서비스 경험률이 지난 3년간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 2021년 32.4%였던 경험률이 2022년 42.4%, 2023년 50.8%를 기록했다. 응답자 2명 중 1명이 AI 서비스를 일상에서 경험한 것이다.

특히 6~19세(66%, 14.5%p↑), 20대(61%, 14.0%p↑), 30대(65.8%, 12.9%p↑)가 더 높은 AI 서비스 경험률을 보이면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AI 서비스 일상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27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퓨 리서치 센터의 설문조사에서 18세~29세 미국인의 약 43%가 챗 GPT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7월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기록한 33%보다 높은 수치다. 다만 전체 성인 중에서의 비율은 23%에 그쳤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생성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AI 일상화로 업무에서도 AI를 사용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국내 주요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회사 차원에서 생성형 AI를 도입해 업무에 사용하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주요 기업 AI 도입 실태 및 인식 조사. 사진=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1일 발표한 주요 기업 AI 도입 실태 및 인식 조사. 사진=경총.

지난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주요 기업 AI 도입 실태 및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38%는 챗 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회사 차원에서 사무 직군에 이미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도입한 기업의 85.7%는 AI 활용이 업무 소요시간을 줄인다고 답했으며, 기업 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응답이 75%가 가장 많았다. 조사 대상 기업은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및 경총 주요 회원사 중 50개사다. 

생성 AI를 회사 차원에서 사무직군에 도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도입했다'는 응답은 38%, '도입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62%로 각각 집계됐다. 응답별로는 '회사 차원의 도입은 없으나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활용' 응답이 50%로 가장 높았으며, '회사 차원에서 활용을 금지'했다는 응답도 12%로 나타났다. 

부작용 있어... 개인정보 침해 문제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은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AI를 회사 차원에서 도입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이유를 설문한 결과, '정보 유출 우려' 응답이 41.9%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준비 기간 필요' 29%, '업무 특성상 필요하지 않음' 16.1%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 중 29%는 '향후 AI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답했으나, 71%(전체 응답기업 중 44%)는 '향후에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정보 유출 우려 등의 이유로 AI 도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AI를 훈련시킬 때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훈련된 데이터는 공개된 정보일 수도 있으나 개인 소유의 정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밀 누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 연장선에서 개인정보보호 및 규제에 대한 움직임도 있어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28일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 배포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6개 사업자에 개인정보 보호의 취약점을 보완하도록 개선 권고했다. 대상은 오픈AI, 구글, MS, 메타, 네이버, 뤼튼 등이다. 또한 EU에서 AI의 단계별 규제안을 담은 AI 법을 지난 13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가결하기도 했다. 

이승용 경총 경제분석팀장은 "AI 도입 및 확산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물론, 일하는 방식이나 노동 생산성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정보 신뢰성 문제와 기술 유출 우려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생성 AI 스타트업에 대한 빅테크들의 투자 열풍은 계속되는 가운데, 일상 속에도 AI가 자리잡을 전망이다. 또한 빅테크 및 AI 스타트업들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선권고, EU의 AI법 등의 규제안 등에 따라 정보 신뢰성 문제, 기술 유출 우려 등에 대한 대비도 마련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